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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기 출신인 지인이 있는데 이 사람은 인견에 대한 자부심이 정말 엄청나다. 얼마나 엄청나냐면 내가 인터넷에서 한장에 만원주고 산 메이드인 차이나 인견 원피스 잠옷을 볼 때 마다 이것은 중국인견 나쁜인견 가짜인견이라고 비난함.
아니 이것도 충분히 몸에 안들러붙고 시원한데 진짜 인견은 뭐 얼마나 좋길래 저 난리인가 싶어서 작년 여름에 인견 체험을 핑계로 (한우도 먹을 겸 랜떡도 먹을 겸) 직접 풍기에 내려가 봤다.
풍기는 정말 작고 작은 읍내 하나가 있는 시골이었다. 시내에 하나로마트1 롯데리아1 덜렁 있음(몇년전 롯데리아 생긴 것이 풍기 최대 빅이슈였다고 함) 극장 없음. 심지어 읍내에 운행하는 버스도 없음. 그러나 인삼 백화점은 있음.
그리고 길가리에 나다니는 사람보다 많은 것이 인견 상점이었다. 풍기역 인근을 걷다보면 그야말로 발에 채이고 채이는게 인견 가게임.
대부분 인견 의류 생산 공장에 딸린 직판장이고 대부분 인터넷 판매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소규모 업장들임. 그래서 인터넷엔 늘 가짜 인견이 판을 치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인견은 여름 한철 바짝 팔고 나머지는 손가락 빨아야하는 시즌 장사인 것 ㅜㅜ 공장 돌리면서 직판장까지 운영하는게 너무 힘에 부쳐보였다. 무엇보다 풍기엔 인터넷 판매를 진행할만한 젊은 인력 자체가 드물어보였음.
아무튼 그렇게 산넘고 물건너 도착한 풍기에서 구입한 진짜 인견 원단으로 만든 홑이불을 사다 처음으로 덮고 자본 소감은...
그동안 나쁜 인견에 길들여진 나자신을 깊이 진심으로 반성함... 진짜... 중국인견은 인견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진짜 인견은 원단이 시원함을 넘어서 차가울 지경이다. 몸에 닿는 느낌이 겁나 쾌적하고... 지금까지 이걸 모르고 여름을 견뎌온 내 자신이 너무 불쌍했음. ㅠㅠ
몸에 좀 덮고 있다보면 체온 때문에 살짝 미지근해 지는데 그럴 땐 한번만 펄럭펄럭 해주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순식간에 차구워진다.
10월 넘어가면 너무 차가워서 덮을 수 없을 지경이 된다. 과장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추워서 기침이 남.
난 홑이불을 두장 마련해서 혼자서 다 쓰는데 여름엔 이게 제일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한장은 침대에 시트처럼 깔고 한장은 덮으면 천국이 따로 없음.
문제는 인견 옷임... 좀 복불복이랄까 재봉을 국내에서 했어도 원단이 중국산인것은 크게 시원하단 느낌이 안들었다. 8월 말에 갔더니 좋은 옷들은 이미 77사이즈가 다 빠진 후라 하는 수 없이 나쁜인견 옷만 사야했음. ㅜㅜ
그리고 가격은 생각보다 저렴했는데... 풍기사람 말로는 그게 이상한 가격이고 코로나로 장사가 너무 안되서 판매할 수 없는 수준의 가격까지 깎아준 거라고 했다. 홑이불 1장 가격 기준 3만5천원이었음.
그리고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기로 전용 이불 아님 사용을 못하는 분들... 이건 알레르기 안올라오니 맘 놓고 구입하셔도 됨. 애초에 면이나 마처럼 먼지나는 소재가 아님.
* 풍기생산 원단과 중국산 원단 구분하는 팁:이불 같은 경우엔 풍기인견발전협의회에서 발행하는 특허청 태그가 붙어있는걸 고르면 됨.
문제는 옷이다. 의류가 좀 구분하기 좀 까다로운게... 원단이 중국산이어도 재봉을 국내에서 하면 그냥 메이드인 코리아로 인정되기 때문임.
그래도 구분하는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국내 생산 인견 원단들은 디자인이 정말... 촌스럽다. 보는 순간 당장에 밭에 가서 고랑 메야 할 거 같은 느낌이 들면 진짜 인견임. 한마디로 농촌에 사는 70대 이상 어르신에 최적화 된 디자인이면 거의 풍기생산 인견이라고 볼 수 있음.
중국 생산 원단들은 디자인이며 색감이 세련된 편이고 촉감도 덜 시원해서 같이 만져보면 딱 구분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