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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블로그를 잘 안하는 이유Journal 2025. 2. 22. 15:22
집 바로 앞에 도서관이 생겨서 요즘 매일 도서관에 간다. 하루에 단 서너시간만이라도 핸드폰을 안보고 있을 수 있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뇌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느낌.어릴 때에 비하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책 한권을 보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에 한챕터 읽기도 버겁다. 작년말부터 여러권을 끝냈는데 너무 좋아서 다시 한번 더 읽고싶은 책들도 수두룩하다. 책을 읽으면서 깨닫는다. 나는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눌 사람이 필요했구나. 비록 내 곁에 사람은 없지만 책이 주어져서 감사하다.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주어져서 감사하다.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심에 감사하다. 멀쩡한 눈으로 글을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무엇보다도 이런 행복한 인생이 주어진 것이 감사하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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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좋은 날도 있어야지Journal 2024. 10. 12. 04:00
입주 전에 미리 싱크대 공사, 도배와 장판을 끝냈고 이사 직전에 붙박이 장도 들어서서 사실상 대부분의 공사를 마무리하고 이사를 했다. 미친듯이 돈을 쏟아부었더니 낡고 오래된 집도 그럭저럭 봐줄만한 집이 됐다. 입주청소가 거의 끝나간다. 4년에 한번씩은 이사를 하는데 우린 한번도 입주청소를 전문업자에게 맡긴 적이 없다. 늘 직접한다. 이번에는 욕실 리모델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평수가 넓어도 비교적 수월할 줄 알았다. 줄눈 공사로 인한 백시멘트 제거를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이사 나간 사람들이 초강력 접착제 고리를 집안 여기저기 너무 많이 붙여놔서 제거하는데만 반나절을 보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고소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사실 우리가 이사온 집은 예전에 살았던 적이 있는 곳이다. 오래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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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와 꽃반지Journal 2024. 5. 18. 18:01
미나는 소스케의 8살난 여동생이다. 이번엔 미나랑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같이 숙제도 하고 저녁도 먹고 단둘이 손잡고 심부름도 다녀오고 공원에 놀러도 가고. 휴일엔 아라카와 유원지에 가서 관람차도 탔다. 집에 놀러가면 그림을 그려주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간식을 주거나 색종이로 꽃을 만들어주는 다정한 아이. 한번도 날 빈손으로 보낸 적이 없는 점이 제 엄마를 꼭 닮았다. 몇년전만 해도 미나는 한국말을 아주 잘했는데, 소학교에 들어가고부터는 한국말을 일절 안한다. 내가 한국말을 하면 알아는 듣는데 본인의 어설픈 한국말을 좀 부끄럽게 여기는 것 같았다. 이번엔 나름 열심히 한국말로 나에게 말을 걸어줘서 정말 기뻤다. 남자애들은 자기과시욕이 심해서 사고를 치는 경우가 많은데, 여자애들은 자기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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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와 크리스마스Journal 2023. 11. 10. 02:06
어제 식당엘 갔는데 사장님이 서비스로 이북식 삼겹살 수육을 주셨다. 물에 삶은 고기는 퍽퍽하고 비린내 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쫄깃 야들야들한 것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부드럽고 촉촉했다. 미나리 오이 당근 양파가 들어간 겉절이를 얹어서 먹으니 천국이 따로 없더라. 요즘 거의 매일같이 가는 집 앞에 생긴 떡볶이 집. 조미료 하나도 안쓰고 다시마랑 멸치 등등 직접 육수 내서 끓이는 집인데 아무리 먹어도 정말 물리지 않는 맛이다. 삶은 돼지고기가 몸에 그렇게 좋다는데, 이거 몇근 삶아서 성경공부회 어른들이랑 같이 식사할 때 반찬으로 내놓으면 다들 좋아하시겠다. 작년 크리스마스 예배 때는 내가 만든 떡볶이를 눈물콧물 다 뽑으면서도 맛있게 먹던 여자애가 있었지. 이정도 소스라면 걔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을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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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식당 봉사Journal 2023. 9. 4. 18:16
그동안 여행 일정과 어린이식당 일정이 어긋나서 계속 돕지 못하다가 이번에 타이밍이 딱 맞아서 간만에 봉사를 했다. 요즘 후상이 너무 바빠서 메인 요리와 밥은 지원하는 식당에 맡기고 봉사자들은 정말로 간단한 사이드 반찬과 된장국, 간단한 후식 정도만 만든다. 예전에 비하면 정말로 할게 없어서 2시간 정도 돕고 1시간 정도는 앉아서 담소를 나눔. 이날이 정말 더운 날이었는데 후상이 혼자서 끌차 가지고 역앞에 있는 식당까지 걸어서 도시락을 운반하겠다고 해서 다들 화들짝 말렸다. 결국 봉사자 두명이 자전거에 앞뒤로 나눠서 싣고 옴. 어쩌다 그런 생각을 한거냐고 했더니 어차피 땀 흘린 거 자기 혼자만 더 젖고 말면 되겠지 했단다. 아이들용이라 반찬도 된장국도 엄청 싱겁게 만드는데, 이 된장국 맛이 엄청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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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が折れるJournal 2023. 8. 31. 02:17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 중 하나를 고르라면, 지금껏 남의 부탁을 어지간하면 거절하지 않고 들어준 일이다. 기본적으로 누군가를 돕는 걸 싫어하지 않는 성격이라 할 수 있는 여유가 되면 승낙하고 할 수 없으면 거절한다는 기준을 따르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이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상대방에게 유익이 될 것인지 해가 될 것인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새롭게 배운 계기가 있다. 내가 아는 일본인 목사님이 코로나가 아직 기승일 무렵 교단의 일 관계로 한국에 올 계획이었으나 전자도항서라는 걸 미리 작성하지 않은 탓에 출국이 거부되어 다음날이 되어서야 출국을 할 수 있었다. 이 사람을 a라고 하자. 나는 그날 인천공항에 a를 마중을 나갈 예정이었으나 출국이 거부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다음날 공항에 마중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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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쇼크Journal 2023. 8. 28. 23:31
1. 나리타 공항 제 3터미널은 입국을 할 때마다 불쾌하다. 버스를 타고 탑승구를 오가야하는 건 그렇다쳐도, 꼭 계단을 이용해서 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가 있어도 사용 못하게 막아놓고 무조건 계단으로 무거운 짐을 들고 오르게한다. 짐이 너무 무거우니 한번 나르고 나면 근육통 때문에 사흘을 고생한다. 이 개고생을 할 때마다 내가 LCC를 탔구나 깨닫게 되고, 여기는 유난히 인색한 나라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인천은 연결 게이트를 통해 편하게 걸어갈 수 있다. 엘리베이터도 마음껏 쓸 수 있다. 일본은 올 때마다 좋은 추억을 많이 쌓고 가는 곳이지만 이번엔 그닥 좋은 일이 없었다. 오히려 엄청난 문화 충격을 받아서 여전히 쇼크 상태임. 2. 소스케와 소스케 엄마에게 교회에서 식사 대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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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도 없는데 사위가 생김Journal 2023. 8. 20. 09:42
드디어 소스케를 만났다. 소스케는 여름방학에도 주5일을 학원에 매여 사느라 공사가 다망하다. 석달 사이에 키도 엄청 크고 발 사이즈도 벌써 240이다. 아마 연말에 오면 나보다 더 키가 클듯하다. 예전에 소스케한테 이모도 소스케같은 아들 있었으면 좋겠어~ 란 소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따뜻하게 안아주더라. 참고로 소스케는 초등학교 4학년입니다.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안아달라고 하는 교회사람들을 한번도 거절한 적이 없는 애이다. 아무리 곰살 맞은 성격이라도 초등학교 3학년 쯤 되면 안아달라는 걸 싫어하거나 부끄러워할법도 한데 정말 한결같이 다정하다. 남자애가 저러는 건 정말 한번도 못봐서 전부터 진짜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4학년이 됐으니 옛날처럼 안아주진 않겠지 기대도 안했는데 자기가 먼저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