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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자의 가족Journal 2022. 3. 14. 13:40
https://webtoon.kakao.com/content/%EB%8F%84%EB%B0%95%EC%A4%91%EB%8F%85%EC%9E%90%EC%9D%98-%EA%B0%80%EC%A1%B1/2719 1. 나는 꽤 오랫동안 심각한 수준의 니코틴 중독자였다. 담배는 시도때도 없이 닥치는 불안이나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었다. 세상에 담배 자체가 좋아서 피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냥 담배 향이 좋다던가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쓴다거나 친구들이 다 피우니까 따라서 피우는 사람 말고 진짜 중독자들 중에서 말이다. 작품 속 셋째가 도박중독에 빠진 건 어린시절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환경이 마음 속에 너무 큰 상처로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노력하고 여유로워져서 가족을 돕고 싶었고 실제로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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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Journal 2022. 2. 6. 13:04
너희가 사람의 과실을 용서하면 너희 천부께서도 너희 과실을 용서하시려니와 너희가 사람의 과실을 용서하지 아니하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과실을 용서하지 아니하시리라 - 마태복음 6:14-15 메리에게 ……아십니까? 몇 주 전에야 비로소 저는, 제 어린 시절을 암울하게 만들었던 잔인한 선생님을 마침내 용서했음을 문득 깨달았답니다. 물론 오랫동안 노력해 왔지요. 하지만 부인처럼, 용서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일주일 정도 지나고 보면 그게 아니더라고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지요.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진짜라는 확신이 듭니다. 그리고 (수영이나 자전거를 배울 때처럼) 마침내 해내니까, 아니 이렇게 쉬운 걸 대체 왜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불의한 재판관의 비유에서처럼 수년간 간청해도 얻지 못했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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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불빛과 기쁨Journal 2022. 1. 19. 06:27
오늘은 거진 한달반 만에 혼자서 밖에 나가 다리가 아플 때까지 마음껏 걸었다. 무릎밑으로 내려오는 두꺼운 패딩에 딸린 모자를 쓰고 장갑을 끼고 지퍼를 끝까지 채우고는 아무도 없는 눈 쌓인 공원의 언덕길을 뒤뚱뒤뚱 걸어올라 한강의 불빛을 내려다보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언젠가 자유롭게 거동할 수 없는 날이 오거든 꼭 오늘의 기쁨을 떠올리자고 다짐했다. 어린 시절부터 나의 가장 오랜 꿈은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멀리 떠나 두번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나를 아는 이가 하나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죽고싶었다. 나에게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 같은 것이었고 시간은 그저 견뎌야하는 것이었다. 머리가 커지고부턴 전철을 타고 한강을 건널 때마다 늘 그 속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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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과 사랑Journal 2022. 1. 11. 20:06
1. 개를 키우다 보면 진짜 난감한 존재가 공원에 앉아서 온종일 개들에게 사료를 퍼주는 노인들이다. 사료 퍼먹이면서 잔뜩 흘린 걸 치우지도 않는다. 남의 개들이 너도나도 몰려서 버릇없이 두발로 매달려도 개의치 않고 먹을걸 나눠준다. 얼핏 자상하고 다정해보이지만 알러지나 식탐이 심한 개들은 너무 사고나기 쉬운 상황임... 우리 개는 저기서 먹을게 눈에 보이면 환장하고 달려드는 나쁜 버릇이 들었고, 지난 가을엔 누군가 흘린 과일씨를 삼켜서 큰일 날뻔함. 우리 개한테는 먹을 걸 주지 말라고 하면 손주 역정 드는 조모 마냥 왜 애를 못먹게 하냐 그러니까 애가 먹을 것만 보면 환장을 하는거라고 성을 내기까지... 저런 식으로 애정과 자기만족을 구분 못하는 사람을 정말로 싫어하는데 정말로 구분을 못하는 건지 일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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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천국과 지옥행 페미니스트Journal 2022. 1. 5. 13:49
1. 타카네노 하나 이 드라마 제목 번역 불만스러움. 그림의 떡 보다는 절벽위의 꽃이라고 번역해야 했다. 사토미 팬이라+이 드라마 음악이 정말 너무 좋아서 가끔 틀어놓고 딴짓을 하지만... 스토리도 캐릭터도 정말 여러모로 별루인 드라마다. 그중에 제일 별루는 남주 얼굴임. 세상의 모든 미녀 스타들을 데려다가 허구헌날 평범하고 못생겼지만~ 설정을 갖다 붙이는 주제에 남자 주인공은 뭐 그렇게까지 설정에 충실함? 난 드라마를 보고 싶은거지 다큐를 보고싶은 게 아니라고. 2. 이브의 모든 것 옛날 옛적 남조선에는 이브의 모든 것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요. 착한 주인공과 악녀가 기자라는 전문직종에서 정말 모든 것을 놓고 경쟁해요. 미모 능력치 만렙에 야심 넘치는 악녀를 상대로 제대로 할줄 아는 건 하나도 없는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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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꼰대와 늙은 꼰대Journal 2021. 12. 30. 12:45
요즘 꼰대 갑질 뭐 이런 말이 엄청 많이 쓰이는데 늙은 꼰대로서 숟가락 얹고 싶은 맘에 적어봄. 내 기준으로 꼰대는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말을 굳이 입밖에 내 뱉음으로써 자기바닥을 드러내고, 남들에게 상처를 줘놓고는 자기가 타인을 상처입혔다는 사실 자체를 자각조차 못하는 인물'이다. 왜 애를 안낳느냐. 요즘 젊은 사람들은 너무 고생하는 것을 싫어하고 이기적이어서 애를 안낳는다. 라는 말을 하는 노인과 돈도 없는주제에 애를 왜 낳느냐. 가진게 없으면 애를 낳지 말아야지. 요즘 세상에는 돈 없는게 죄다. 라고 말하는 젊은이. 서로 전혀 반대의 내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내 눈에 저 둘은 근본적으로는 똑같은 인간이다. 뭐 속으로야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없는데 그걸 굳이 입밖으로 내는게 문제라고 봄. 그런 말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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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기빙 디너와 송구영신Journal 2021. 12. 15. 02:46
매년 이맘 때가 되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친구가 차려줬던 미국식 땡스기빙 디너. 어렵게 공수한 중고 대형 오븐으로 혼자서도 갖가지 요리와 파이를 뚝딱뚝딱 만들어냈다. 이렇게 달콤하고 부드러운 음식들이 무려 가정요리라니. 미국애들은 어릴 때부터 이런 사치스런 요리를 어른들과 나눠먹으며 자라는구나. 난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엄마한테 혼나가며 동그랑땡을 오백개씩 빚으며 명절을 맞이했는데. 내가 어릴 때부터 이런 음식을 먹고 자랐으면 문방구에서 파는 몇백원짜리 군것질거리는 쳐다도 보지 않는 굳건한 인물로 살았을 것 같다. 혼자사는 집의 좁은 식탁에 다 펼쳐놓기도 어려운 요리들을 여럿이 모여서 나눠먹었다. 태어나서 보낸 연말연시 중 제일 행복한 하루였다. 친구가 남은 요리들 중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