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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짜장면과 사랑
    Journal 2022. 1. 11. 20:06

    1. 개를 키우다 보면 진짜 난감한 존재가 공원에 앉아서 온종일 개들에게 사료를 퍼주는 노인들이다. 사료 퍼먹이면서 잔뜩 흘린 걸 치우지도 않는다. 남의 개들이 너도나도 몰려서 버릇없이 두발로 매달려도 개의치 않고 먹을걸 나눠준다. 얼핏 자상하고 다정해보이지만 알러지나 식탐이 심한 개들은 너무 사고나기 쉬운 상황임... 우리 개는 저기서 먹을게 눈에 보이면 환장하고 달려드는 나쁜 버릇이 들었고, 지난 가을엔 누군가 흘린 과일씨를 삼켜서 큰일 날뻔함.

    우리 개한테는 먹을 걸 주지 말라고 하면 손주 역정 드는 조모 마냥 왜 애를 못먹게 하냐 그러니까 애가 먹을 것만 보면 환장을 하는거라고 성을 내기까지...

    저런 식으로 애정과 자기만족을 구분 못하는 사람을 정말로 싫어하는데 정말로 구분을 못하는 건지 일부러 하지 않는건지 모를 일이다. 너를 위해서 너를 생각해서 너를 사랑하니까 라며 애정을 명분삼아 자기 성취나 만족을 이루기 위해 타인을 도구처럼 이용하는 사람들 너무 많음. 남은 물론 자기 자식한테도.


    2. 요즘 김장김치가 아주 맛있게 익어서 짜파게티를 자주 먹는데 짜파게티를 먹을 때 마다 외국에서 교회다닐 때 만난 한국인 목사님이 꼭 생각난다.

    하루는 현지인 교인 두분과 자동차를 타고 장을 보러가는데 갑자기 한국김치의 맛있음에 대해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제 생각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김치는 짜장면이랑 같이 먹는 김치에요. 여기 식자재마트에 인스턴트 짜장면을 팔거든 우리 그걸로 김치랑 같이 점심 먹어요.

    마트에 가니 진짜로 짜파게티가 있었고 장을 본 후 교회에 오니 목사님이 식당 한켠에서 성도분들과 성경공부를 하고 계셨다. 사람은 총 여섯이지만 일단 다섯개를 끓였음. 식사준비를 마치니 성경공부도 마무리 되어서... 목사님께 이걸로 같이 식사하십사 이야기했더니

    목사님이 진짜 충격받은 얼굴로... 자매님 대체 이걸 어디서 나셨어요? 묻는 것이었다.
    저기 옆동네 식자재마트에서 샀어요 하니까
    목사님이 좀 울것 같은 얼굴로 식사기도를 하셨고
    나는 어리둥절 했고
    성경공부 하던 분들은 아이들 픽업해야해서 식사를 못한다며 돌아가셔서
    사람은 넷인데 짜파게티는 다섯그릇이 되었다.

    사실은 어제 하나남은 짜파게티를 끓였는데
    막내딸이 먹고싶어해서 양보했어요.
    양보는 했지만 계속 생각났는데 오늘 이렇게 짜파게티를 먹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감사합니다.

    그 얘기를 듣고는 나도 좀 놀랐던게 목사님은 내가 아는 사람중에 제일 식탐이 없는 사람이어서... 늘 다른 사람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기뻐하는 분이었지 뭘 드시고 싶어하시는 모습을 본적이 한번도 없었거든.

    그런데 생각해보니 50대 어른들에게 있어서 짜장면은 여러가지 특별한 추억이 깃든 음식이고.. 외국에서 삼십년 넘게 살아온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감사하며 식사를 맛있게 했고 목사님은 두그릇 드심 ^^
    별것 아닌 것 같고 소소하지만 되새길수록 참 신기하고 행복한 기억이다.

    3. 내가 주고싶은 것을 주는 건 사랑이 아니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시간을 내어주고 이야기를 듣고... 여기까지는 평범한 애정이고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할수 있는 일이지만... 상대방이 정말 원하는 것을 알아주고 상대방에게 지금 정말 필요한 것을 주고 더 나아가 그것을 위해서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건 사람의 힘만으로는 불가능 하다는 생각을 요즘 정말로 자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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