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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컬쳐쇼크
    Journal 2023. 8. 28. 23:31

    1. 나리타 공항 제 3터미널은 입국을 할 때마다 불쾌하다. 버스를 타고 탑승구를 오가야하는 건 그렇다쳐도, 꼭 계단을 이용해서 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가 있어도 사용 못하게 막아놓고 무조건 계단으로 무거운 짐을 들고 오르게한다.

    짐이 너무 무거우니 한번 나르고 나면 근육통 때문에 사흘을 고생한다. 이 개고생을 할 때마다 내가 LCC를 탔구나 깨닫게 되고, 여기는 유난히 인색한 나라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인천은 연결 게이트를 통해 편하게 걸어갈 수 있다. 엘리베이터도 마음껏 쓸 수 있다.

    일본은 올 때마다 좋은 추억을 많이 쌓고 가는 곳이지만 이번엔 그닥 좋은 일이 없었다. 오히려 엄청난 문화 충격을 받아서 여전히 쇼크 상태임.


    2. 소스케와 소스케 엄마에게 교회에서 식사 대접을 했다. 저번 방문 때 몇번이나 식사를 만들어주셔서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애들도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골라 간단하게 음식을 만들어 초대를 한 것이다.
    그런데 음식을 내기 직전에 택배를 받기 위해 일본인 전도사님이 교회에 오셨다.

    나는 당연히
    저희 밥 먹으려고 했는데 오신 김에 같이 식사하고 가세요~ 라고 청했고
    전도사님은 지금까지 본적 없는 크기로 눈이 동그래지시더니
    아뇨 저를 초대해주신 것도 아닌데 괜찮습니다라며 극구 사양을 하시는 것이었다.

    혹시 오늘 점심 선약 있으세요?
    아니요 그런 건 아닌데...
    아유 그럼 그냥 같이 드시고 가세요. 마침 밥 다 됐어요~

    참고로 보통 교회에서 어린 아이들은 전도사님 담당이다. 그래서 나보다는 소스케 엄마가 전도사님과 더 관계가 있다.

    그분은 식사를 마치신 후
    소스케 엄마와 소스케 및 아이들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2시간 가까이 나누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뭐 그렇게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었음. 소스케는 전혀 걱정할 구석이 없는 애라서.

    아니 택배도 받으시고 식사도 다 하셨으면 집에 빨리 들어가시지. 나도 소스케 엄마랑 수다떨고 싶은뎅.... 웨 안가 'ㅅ'

    뭔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냥 소스케랑 놀았음.


    3. 내가 일본에서 머무는 동안 한국에서 일주일간 손님이 오셔서 집사님들이 돌아가면서 교회에서 저녁대접을 했다. 한국 집사님들은 목사님 대접을 할 때 유독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리시고 그만큼 고생도 많이 하신다. 이번엔 나도 매일 심부름을 거들고 식사 자리에도 함께했다.

    하루는 일본인 집사님이 식사를 준비하셨는데 그날은 10인분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을 준비해야해서 아침 10시부터 움직이셨다. 식사 인원엔 손님들과 목사님 가족들이 있었다.

    일을 거들려고 오후에 교회에 도착하니 남학생 한명이 식당에 앉아있는 것이다. 오전에 교회행사가 있었는데 교회에서 목사님 아들을 기다렸다가 저녁에 같이 농구를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그럼 저 학생도 당연히 같이 식사를 하겠거니 싶어 목사님께 인원수를 확인하는 연락을 드렸더니. 막내가 몸이 안좋아 못가게되었다고 한다.

    그럼 인원수에 변동이 없으니 큰 문제는 없겠구나 싶어 집사님께 통화한 내용을 말씀 드렸더니

    저 학생이 같이 식사를 하는 건 아니지. 쟨 그냥 지가 멋대로 여기 있는 것 뿐이잖아. 난 저 학생에 대해 미리 아무런 연락도 받은 바가 없어. 애초에 왜 그쪽에서 미리 연락을 주지 않고 여기서 확인을 해야하는 거야?
    라며 매우 불쾌해 함.

    여기서 나는

    아니 음식을 저렇게 많이 장만했는데, 다들 식사하는데 쟤한테만 밥을 안먹인다고??? 미리 약속한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지어 어른도 아니고 어린앤데???? 😱

    사실 학생도 뭔가 눈치가 보였는지 자기가 식당에 계속 앉아있어도 되는 건지를 물어보더라고. 덕분에 1시간이 넘도록 혼자 안절부절함.

    사실 난 이 상황에서 목사님 아들이 제일 부주의하다 생각하지만... 이것도 이해는 한다. 목사님 아들한테 넌 미리 약속한 적 없으니 같이 먹을 수 없다고 냉정하게 대한 사람이 지금껏 없었을테니 이런 상황 자체를 상상을 못하겠지.

    그리고 이번 일을 통해 전도사님에 대한 수수께끼도 풀렸다. 초대받지 않았음에도 같이 식사하는 게 너무 큰 결례라고 생각해서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예를 다 한 것이었음...
    전도사님..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이 당신에게 식사를 권하지 않는다면 엄청 미움받는 것이니 조심하세요...

    그리고 이것 말고도 여기 미처 적기는 어려운 여러가지 당황스러운 일이 있었다. 덕분에 난 앞으로 일본에서 살아갈 자신이 모두 사라졌다.

    나중에 목사님께 여쭈어봤다.

    어떻게 이런 문화에 적응하셨어요? 너무 차갑지 않아요? 전 절대로 이런데서 못 살것 같아요.

    저는 단 한번도 적응한 적 없어요. 삼십년간 그냥 일방적으로 일본사람들에게 맞추며 살아왔을 뿐이지. 아무리 오래 알고 지낸 관계에서도 절대로 긴장을 놓지 않고 칼 같이 거리를 두는 문화... 저로서는 절대로 적응할 수 없어요.

    사실 저는 문화차이로 이렇게까지 놀라본게 처음이에요. 지금까지 여기서 만난 친구들에게 이렇게까지 위화감을 느껴본적이 한번도 없었거든요.

    그동안 자매님이 만난 일본인들은 자매님이 한국인이라 그쪽에서 자매님한테 맞춰준 걸 수도 있죠.

    여기서 몇배의 쇼크가 옴.

    그동안 절친하게 지내온 일본인 친구 둘에게 이 에피소드 이야기를 하면서 그 오랜세월 한국사람인 나에게 맞춰주며 지내준 것 너무 감사한다 했더니

    나도 크리스천이 되기 전에는 그 집사님처럼 생각을 했던 적도 있지만, 성경을 통해 베푸는게 중요하다는 걸 배운 후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 나도 네가 맞다고 생각해. 만약 내가 식사준비를 하는 입장이었으면 나도 그 학생에게 기꺼이 밥을 먹일 거야.
    일본 사람이라도 다 사람 나름이야. 일본인이 다 그렇다고 생각하지마.
    그리고 너는 그냥 너야. 네가 어느나라 사람이라서 이런가보다라고 생각해 본 적 지금까지 정말 한번도 없어.

    이렇게 둘이 정말 거의 똑같은 내용으로 답장이 왔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이해해주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것인지 새삼스럽게 깨달음.


    4. 그리고 대접하는 기쁨도 알게 되었다.

    이번에 소스케 엄마 말고 다른 친구를 위해서도 식사준비를 했는데 그때에도 전도사님처럼 우연히 나타난 분이 있어 셋이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이분은 한국 분이라 사양않고 기꺼이 기쁘게 드셔주셔서 더 좋았다

    비록 보잘것 없는 메뉴이지만, 내가 차린 상이니 그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이
    마침 잘됐네요. 같이 드세요~ 라고 마음껏 청할 수 있는 것이 정말로 기뻤다.

    앞으로도 받기보다는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미리 약속한 적 없는 사람에게도 선뜻 청할 수 있는 입장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 누군가가 나의 별것 아닌 작은 호의를 받고 기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6. 그리고 또 한가지 감사한 것은 목사님의 노고를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목사님은 베푸는 걸 무척 좋아하는 분이다. 내가 일본에 갈 때마다 식사도 여러번 대접해주셨고, 성도분들과 모이는 자리에는 늘 과자를 미리 준비해주신다.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기쁨을 느끼시는 걸 알기에 목사님이 먹을 걸 권하시면 무조건 잘먹겠습니다 한다.

    자매님은 사양을 안해서 참 좋아요.

    예전에 잠깐 한국에 오셨을 때 뵈었는데 한국 오니 너무 좋다고 하셔서 무슨 좋은 일이 있으셨어요? 여쭈어보니

    얼마전 관공서에 일이 있어 갔는데 가기전에 포장마차에서 갓구운 붕어빵이 나왔길래 만원어치를 샀어요. 관공서 분들께 괜찮으시면 드시라고 권하니 기쁘게 받아주셔서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정말 한국에 온 느낌이 나서.

    이런 분이 타지에서 그 오랜시간 고생을 하셨다고 생각하니 정말로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 였으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7. 결국 그 학생은 어떻게 됐냐면

    어떻게 하신건지는 모르지만 목사님이 집사님과 대화하신 후에야 겨우 그 학생도 같이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제야 너무 안심이 되었는지
    빨리 앉아 학생~~←저절로 한국말이 튀어나옴.

    생각해보니 일본은 의무교육도 유상급식이지... 애들 밥 좀 줘라 ㅠㅠㅠㅠㅠㅠ 나 진짜 너무 한국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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