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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식당 봉사
    Journal 2023. 9. 4. 18:16

    그동안 여행 일정과 어린이식당 일정이 어긋나서 계속 돕지 못하다가 이번에 타이밍이 딱 맞아서 간만에 봉사를 했다.

    요즘 후상이 너무 바빠서 메인 요리와 밥은 지원하는 식당에 맡기고 봉사자들은 정말로 간단한 사이드 반찬과 된장국, 간단한 후식 정도만 만든다. 예전에 비하면 정말로 할게 없어서 2시간 정도 돕고 1시간 정도는 앉아서 담소를 나눔.

    이날이 정말 더운 날이었는데 후상이 혼자서 끌차 가지고 역앞에 있는 식당까지 걸어서 도시락을 운반하겠다고 해서 다들 화들짝 말렸다. 결국 봉사자 두명이 자전거에 앞뒤로 나눠서 싣고 옴. 어쩌다 그런 생각을 한거냐고 했더니 어차피 땀 흘린 거 자기 혼자만 더 젖고 말면 되겠지 했단다.

    아이들용이라 반찬도 된장국도 엄청 싱겁게 만드는데, 이 된장국 맛이 엄청 그리웠다.

    애들이랑 둘러 앉아서 정말로 오랜만에 맛있게 밥을 먹고 있으려니 애 하나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다. 엄마가 애 둘을 식당에 맡기고 식사가 끝날 때 쯤 데리러오기로 했는데 큰 애가 엄마가 가버린게 갑자기 서러웠나 보다. 후상이 교실 뒤로 데리고 나가서 애를 달랜다.


    내가 세상에서 (좋은 쪽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 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후상이다. 나이들수록 체력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십년 전보다 더 바쁘게 살고 더 열심히 돕고 기꺼이 고생을 하고...
    요즘은 주7일을 빼곡하게 일하고 토요일 낮에만 일이 없는데 그 반나절을 통째로 봉사하는데 쓰는 것이다.

    사실 후상은 일본에서 사는게 특별히 더 고생스러운 스탈이다. 말은 거칠고 행동은 다정한 츤데레 스타일이라 유독 일본 사람들에게 오해를 많이 산다.

    후상은 그냥 보통 일본사람 보다 가족의 개념이 넓은 거고 친구에게도 가족처럼 대하는 것 뿐이라고 여러번 말했지만 지금껏 이걸 이해해주는 일본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이렇게까지 갈등이 생기면 풀이 죽을 수도 있고 만사가 다 귀찮아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후상은 언제나 기운이 넘친다.


    난 애들을 별로 안좋아해서 후상이 왜 이렇게까지 고생하고 애를 쓰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건 네가 애를 안낳아봤으니 그런거야. 자기 애를 키워보면 남의 애도 이뻐하게 돼.


    태어나서 단 한번도 애를 낳고 싶어한 적도, 결혼하고 싶었던 적도 없는 나는 아마 죽을때까지 이 사람을 다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가지 확실한 건 나보다는 후상이 몇배는 더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로 행복한 인생은 내가 원하는 걸 다 누리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걸 다 누릴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주어진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 기꺼이 고생을 마다 않는 사람은 누구보다도 크게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고 그래서 후상은 내가 부러워하는 몇 안되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후상이 계속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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