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이 더워서 달리기를 못한지 엄청 오래 됐다. 그 와중에도 매일, 아침은 오트밀을 지키는 중인데...
난 기본적으로 짠 음식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고 좋아하는 과자들도 포카칩 새우깡 이런 종류라서 최소 하루에 딱 한끼만이라도 건강하게 먹자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오트밀, 무가당 아몬드 밀크, 땅콩파우더, 그릭요거트.
스테비아나 과일을 넣으면 훨씬 맛이 좋아지겠지만 그러면 굳이 오트밀을 먹는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이대로만 먹는다.
오트밀을 누룽지처럼 끓여서 김치랑 먹는 것도 맛이 무척 좋다던데 이것도 아직 시도는 안해봤다. 하루에 한끼 정도는 소금기 없는 음식으로 채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외국에서 알게 된 지인 중에 후상이라는 분에 있다. 후상은 중국에서 줄곧 의사로 일하다가 다른 나라의 공무원을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이민을 했다. 이주한 나라에선 요양보호소에서 노인들을 돌보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
이분은 중국인답게 요리실력이 엄청난데 그와 동시에 요리가 엄청 싱겁다. (요리실력이 엄청나다와 싱겁다는 매치가 안될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먹어보면 아 진짜 너무 맛있다 근데 넘 싱겁당... 밖에 안떠오름)
이분은 교회 주방 봉사 이외에도 한달에 한번씩 어린이 식당을 운영한다. 나도 곁다리로 식당 일을 도우면서 음식을 맛볼 기회가 자주 있었는데... 음식이 정말 맛있고 정말로 싱거웠다. 그래서 닭다리 튀김에 소금 찍어먹음... ^^;
아무리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라도 그렇지, 대체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싱거울 필요가 있을까?? 의문을 가지던 찰나 이 영상을 보고 그간의 모든 의문이 해소됐다.
https://youtu.be/koJ_pSANusA짠 음식이 어떻게 신장에 부담을 주고 그것이 어떤 성인병들로 이어지는지 4분 20초 부터 나옴.
이래서 후상은 그동안 그렇게까지 싱거운 음식을 고집했던거구나 하고 겨우 이해가 됐음. 솔직히 다른 사람들과 여럿이 먹는 음식이라면 간을 조금만 더 세게 해도 다들 맛있다며 엄청난 칭찬을 할테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욕구가 있을텐데...
남들의 생각이야 어떻건에 관계없이 후상은 그런 식으로 사람들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표현해왔다는 걸 저 영상을 보고 깨달았다.
한번은 교회 아주머니들이 음식이 너무 싱겁다고 후상에게 뭐라뭐라 했는데 그게 후상 본인에겐 무척 상처가 된 모양이어서... 내가 중국인이라 나한테 일부러 심한 말을 하는 거냐고 분통을 터트리길래
후상... 저는 일이 있어서 몇달 교회를 안나갔더니 그동안 남자 꼬시느라 바빠서 교회 안나왔느냔 말도 들은 적 있어요 ^^ 후상이 중국인이라 그런 게 절대 아님! 걍 원래 그런 인간들임! ㅇㅇ
해줬더니 엄청 크게 빵 터지면서 후련한 표정이 되길래... 그건 나한텐 지금 떠올려도 진짜 개빡치는 기억이지만! 후상이 저렇게 웃어주니까 됐어!싶은 생각이 들고 나까지 덩달아 후련해졌다.
아무튼.. 요즘 날이 더워서 재대로 챙겨먹는 끼니가 없는데 아침이라도 건강하게 먹을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리고 아침을 먹을 때마다 후상이 만들어줬던 맛있고 싱거운 닭튀김이 생각난다. 밑간할 때 배를 갈아넣어서 진짜 맛있었는데... 배급받은 쌀로 어렵게 생활하던 어린 시절을 견디며 자라나 이제는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봉사를 마다않는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난 후상. 그 더운 여름날 교회 주방에서 혼자 닭다리튀김을 50인분씩 튀기던 후상이 너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