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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인생에서 일이 우선순위이다. 거기엔 여러가지 그럴듯한 이유를 붙인다. 내가 없으면 회사가 (혹은 작업장이) 안돌아가서. 내 일에 여러사람이 생계가 걸려서 혹은 내 가족의 생계가 걸려서. 이런 명분 앞에 건강이나 행복이나 휴식, 인생의 여유 같은 좋은 것들은 아무런 힘이 없다.
이들은 일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데 방해가 되는 것들에 진심으로 분노한다. 그게 배우자건 자식이건 누구에게든지 진심으로 분노한다. 결혼 전이나 후나 자식을 낳기 전이나 후나 일을 최우선으로 두기 위한 자기 일상의 루틴을 변함없이 지켜 마땅하다고 믿고 거기에 가족들이 방해가 되는 걸 용납하지 못한다.
사람을 자기가 하는 일에 이용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못느낀다. 자기가 최우선 순위로 여기는 것들에 남들이 협조하는 걸 아 주 당연하게 여긴다. 남들이 상처를 받건 말건은 관심도 없다.
정신병증을 가진 사람들의 대부분의 특징은 그게 병이라는 자각을 못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병이라는 자각도 없고 그걸 알아볼 의지도 없고 모든 주변 사람들을 아주 당연한듯이 불행으로 내몬다.
병이라는 걸 알고 있어도 냉정히 대할 수가 없다. 이들이 진심으로 증오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이들은 자기가 남들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자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세상 최고로 이기적인 인생을 살고 있지만 자기에겐 그럴 수 밖에 없는 명분이 있으므로 누구에게도 상처를 받지 않고 안전할 수 있다. 이게 우리 가족들을 먹여 살리니까라는 거대한 명분. 저러다 과로사로 죽기라도 한다면 가족에게 끝까지 상처만 입히다 가는거다. 정말 혐오스러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