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예전에 일본에서 나고 자란 교포 남자애가 자기는 일본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니라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는데...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을 누르느라 죽을뻔 했다. 재일교포 남자들이 일본인으로 받아들여지는 방법은 모르겠지만 한국인이 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함.
너가 한국 사회에서 진짜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싶거든 그냥 군대를 가면 됨.
전역하고 한국인 남자 집단에 가서 내가 어디어디 무슨 사단에서 있었네. 눈 치우느라 디지는 줄 알았네 같은 썰 좀 풀어주면 너의 정체성으로 시비 걸고 문제 삼을 한국 남자는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인간은 누구든 자기와 같은 고생을 경험한 사람에게 강한 동질감과 연민을 느끼게 되어있기 때문임.
한국 국적을 유지하면서 해외에서 나고 자란 교포들은 입대를 계속 미루는 방식으로 35세까지 버티면 저절로 군역이 면제된다고 한다.
오늘 유튜브 보다가 마츠다 부장 군필이란 소리 듣고 갑자기 그 생각이 났네. 이분은 지금 국적이 일본인 걸로 알고있는데... 이중국적도 입대가 가능한지 궁금하다.
근데 여자 교포가 한국사회에 받아들여지는 방법이 뭔지 궁금하다. 한국인과 결혼해서 한국남자의 소유물이 되는 것?
2. 가끔 일본인들에게 너는 굳이 국적을 안밝히면 너가 한국인인 걸 아무도 모를거야 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데, 이런 소리 들을 때마다 기분이 이상하다.
그냥 별다른 악의 없이, 외국인의 갸륵한 일본어 실력을 칭찬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말인 건 잘 알겠지만... 난 별로 내가 일본인처럼 보이는 걸 원하지 않음.
언어도 뜻이 통하면 그만이지, 발음이 원어민처럼 완벽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어설픈 발음을 비웃고 우습게 보는 원어민이 있거든, 이런 기회로 그런 놈들을 걸러버릴 수 있는 걸 감사하게 생각하면 됨. (근데 사실 이런 놈들 세상에 너무 많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외국어가 1도 없는 주제에 남의 노력은 간단하게 비웃는 불쌍한 인생들...)
한국 사람은 세계 어디에 있든 한국 사람 다울 때 가장 매력있다고 생각한다. 난 외면이든 내면이든 누가 보기에도 한국인이고 그런 내가 만족스럽다.
일본에서 사귄 친구들 너무 좋아하고 가족처럼 생각하지만 난 일본사람처럼 보이고 싶다고 생각해 본적도 없고 일본인처럼 되고 싶지도, 일본 사회에 완벽하게 물들고 싶지도 않다.
애초에 개념있고 멀쩡한 일본인이라면 자국에 동화되기 위해 갖은 애를 쓰는 외국인들에게 매력을 느낄 리가 없을 것이고, 외국인이 저렇게까지 애쓰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일본인들은... 대부분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더라고;
애초에 인생에서 별 중요하지도 않은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모나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느라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