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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은 카레
    카테고리 없음 2023. 3. 30. 02:20

    1. 내가 다녔던 교회에선 목사님이 일요일마다 카레를 만들어주셨다. 여럿이 수다 떨면서 왁자지껄 즐겁게 먹으면 뭔들 맛이 없겠냐만은, 목사님 카레는 유독 속이 불편하지도 않고 은근히 감칠맛이 돌아서 오랫동안 종종 생각이 나곤 했다. 그래서 지난번 방문했을 때 목사님께 만드는 요령을 물어봤다.

    6인분 기준

    카레루는 바몬드카레 순한맛과 쟈와 카레 중간맛 매운맛(모두 칼로리 50프로 컷트 제품)을 1대1대1 비율로 넣는다.

    기본 야채 이외에 토마토 하나를 추가해 감칠맛을 낸다. 적당히 썰어서 물 부을 때 같이 넣음.

    토마토 하나당 물은 100미리를 줄인다. 난 토마토를 늘 두개 넣고 정량보다 물을 200미리 줄임.

    요즘 식단 챙기기가 심하게 귀찮아서 닭가슴살 왕창 때려넣고 끓여두었더니 너무 편하다. 양파 달달하게 카라멜라이즈 해서 넣으니 특별히 더 맛이 좋았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카레루는 하우스 바몬드 순한맛인데(맛이 제일 부드러움) 쟈와 카레루도 맛있다. 담백해서 온종일 먹어도 속이 불편하지 않음.

    예전에 멋모르고 골든카레루를 사서 끓였을 땐 역류성 식도염이 생겨서 고생을 많이 했다. 일본 카레루 중에 골든카레가 제일 기름지고 속이 불편하더라.


    2. 사실 정초에 금식기도를 하고부터 계속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전 방전 상태였다. 삼시세끼 밥 챙겨 먹기도 힘들어서 매끼 사먹었더랬다.

    동네에 괜찮은 손만두 집이 생겼는데 이집은 정말로 이북 출신 할머니가 직접 빚은 만두맛이 난다. 먹은 후에도 속이 너무 편해서 뭘 먹은 것 같지도 않음.

    기운이 없을 때 거기서 식사를 자주 해결했더니 살이 조금씩 빠지고 기운도 나서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운동을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하려고 노력 중이다. 빼먹는 건 애초에 선택지를 두지 않았다. 내가 목표로 잡은 최소 활동량이 하루 만보인데 아무리 힘 없는 날이어도 이거 하나는 꼭 채우자는 식으로. 그랬더니 이제는 요리할 기운도 난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매일 꼬박꼬박 끼니 챙겨먹고 제때 씻고 정확한 시간에 잠들고... 남들에겐 별것 아니겠지만 세상에는 이런 별것 아닌 일이 너무 힘든 사람도 있다. 매일의 정해진 루틴을 반복하기가 매일매일 새롭게 힘든 사람도 있다.


    3. 난 남들보다 체지방이 잘 붙는 체질이다. 체지방이 잘 붙는 체질이라는 건 호르몬 대사가 남들과는 좀 다르다는 뜻이다. 몸무게가 50키로가 나가든 70키로가 나가든 브라컵 사이즈에 크게 변화가 없다. 한국에 이런 체질은 정말 드문 편이라 이런 말을 굳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입 밖으로 내지는 않는다. 십중팔구는 경멸하는 눈빛을 받기 십상이라...(한번은 너무 빡쳐서 에프컵 이하들은 죽을 때까지 이해못할 거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적도 있음.)

    생물학을 전공해서 호르몬과 항상성에 대한 이해도가 없을 수가 없는 사람도, 본인이 직접 호르몬 이슈로 심각한 과체중이었다가 치료를 받고 정상체중으로 돌아온 사람도... 비만에 대한 혐오와 편견(게으르고 처먹는 걸 좋아한다는)에서 자유롭지 못하더라고. 그런 경험을 겪은 후부터는 사람들 앞에서 이런 이야기는 일절 안한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패션들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늘 내 체형에 영원히 어울리지 않는 것들뿐이라 늘 유행과 동떨어진 행색으로 살아왔다.

    앞으로 살을 얼마나 빼든 체형이 어떻게 변하든, 아마 난 앞으로도 영원히 멋쟁이로 살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오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좀 우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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