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의 봄바람과 오미크론

1. 그동안 구독해온 디즈니플러스 왓챠 웨이브 등등의 무료이용권이 3월부로 모두 종료되어 울적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고 있다. 아~ 드라마 보고싶다... 스캄 노르웨이판이 정말 재미있다는데 ㅠㅠ

 

2. 강아지 최종검진 결과 이상없음으로 판명되어 더이상 병원에 돈을 쏟아붓지 않아도 된다. 추적검진 한번에 십만원... 내 평생에 트라우마로 남을 영수증이다...

 

3. 오늘은 간만에 한강가서 강아지랑 산책하니 너무 심하게 행복했다. 지난 석달간 이런 날이 다시 올거라고는 어쩐지 생각도 못했는데... 예전과 같은 코스를 개랑 같이 예전처럼 즐겁게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했다. 햇살은 따뜻하고 봄비 덕분에 미세먼지도 양호해서 간만에 엄청 행복했다.

 

나이가 많이 들어 이젠 깨어있는 시간 보다 자는 시간이 더 많고, 앞으로도 계단오르기는 절대 시키면 안되고, 노화로 인해 관절염을 달고 살지만... 이것도 받아들여야지 어쩌겠어.

 

개를 돌보는데 극성인 견주들(각종 유기농 야채와 백화점에서 주문한 고기들로 매끼 생식을 먹이고 개와 관련된 공부를 열심히 하면 건강을 보존하며 수명을 연장시킬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개에게 돈 많이 쓰는 것에 대한 자부심에 엄청나며 적당히 개 돌보는 사람들을 대놓고 혐오하는 사람들을 말함)과 교류하는 것이 점점 귀찮고 성가시다. 아무리 노력한들 노화는 막을 수 없고 나의 개는 원인불명의 질환으로 내일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 이걸 순순히 인정하는 것도 겸손이지 싶다.

 

4. 가족들이 나 빼고 다 코로나에 걸렸다.

요즘 목이 엄청 간지러워서 나도 걸린게 아닌가 했는데 검사결과 음성이고 목이 간지러운건 그냥 알레르기 였던 걸로... 그동안 늘상 콧물은 달고 살았어도 목이 간지러운 건 처음인데... 면역력은 회복이 안되는 건가? ㅠㅠ 서러워

 

단골 이비인후과에서 2시간이나 대기하여 난생 처음 받은 신속항원검사... 콧구멍에 넣은 면봉으로 뇌까지 구멍을 뚫어주마! 라는 기세로 내 코를 파고 들었고... 어머어머어머 선생님 그만요! 으악! 아악! 아파요!라고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더니

아니 아프긴 뭐가 아파 그냥 기분이 이상한거잖아 다 알아요! ㅋㅋㅋㅋㅋ (라며 화려한 손기술로 면봉 돌리기)←뭐야 선생님 너무 신나신 거 아니냐고

 

참고로 최근 감염자의 원격진료와 약처방은... 어마어마하게 사람이 몰려서 전화연결도 잘 되지 않았다. 약국에 가니 지금 처방전 팩스가 밀려서 받는데 전송하면 받는데 4시간이 넘게 걸린다더라. 원격 처방 조제하는 약국 자체가 몇군데 안되서 너무 힘드시겠어요 했더니... 그것도 그런데 지금 일할 수 있는 약사들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한다. 코로나로 자가격리 들어간 약사들이 너무 많고 자기도 며칠째 밤새가며 일하는 중이라고.. ㅠㅠ 감사합니다.. 진짜 감사하며 약 받아왔다...

 

5. 암튼 그런 이유로 만에 하나의 사태를 대비해 산책 갈 때 가능한한 동네사람 안마주치게 다니고 있는데 이게 의외로 쾌적해서 놀랐다. 사실 그동안 나는... 지 자식한텐 찍소리도 못하고 사는 주제에 남의 자식이라고 말 함부로 보태고 내뱉는 여편네들을 짱 싫어했었던 것이다 ^^ ㅎㅎ 아줌마 개나 잘챙기고 아줌마 자식이나 신경쓰고 아줌마나 잘해요~ ㅎㅎ

 

사실 어딜가나 좋은 사람이 더 많긴 하지만 늘 한명이 일당백을 한다는게 문제지.

 

6. 내가 결혼식을 치르기 싫은 이유는 별건 아니고.. 그냥 난 많은 사람들이 날 주목하는 걸 못견뎌하는 성격이다. 백명 넘은 하객들이 결혼식 내내 나만 보며 속으로 얼평하는 상상만으로도 공황장애가 올 것 같음... 사실 이런 이유로 세례도 안받으려고 했다 ㅎㅎ 하지만 결혼식에 참석해서 축하해주는건 세상 누구보다 좋아한다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