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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자발적 강제칩거와 패션후르츠
    카테고리 없음 2021. 12. 23. 15:03

    강아지 무릎 뼈가 튼튼히 붙을 때까지, 흥분해서 뛰어오르거나 두발로 서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생활 중이다. 혼자서는 외출도 못하고 장보러 나갈 수도 없고 외식도 못하는 시간을 보내야한다. 짧게는 한달에서 길게는 석달까지. 유모차에 태워서 동네 한바퀴를 도는 정도는 괜찮다는 허락을 받았지만 오랜기간 알고 지낸 개이웃들이 산책 나오는 시간대는 피해다녀야 한다. 개가 반갑다고 흥분해서 유모차에서 뛰어내리기라도 하면 재수술(이하생략)

     

    냉동실을 각종 간식과 비상식량으로 가득 채워놓고 장보기는 인터넷을 이용하고... 차라리 땅덩이 좁고 배달 서비스 좋은 한국에 살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한편, 걷는 걸로 스트레스를 푸는 나에겐 견디기 어려운 생활이라... 하루에 꼭 한번씩 캘린더 앱을 켜서는 수술일자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세보게 된다. 제발 올해가 빨리 지나갔으면...

     

    이런 와중에 요즘 제일 기운이 나는 건 이웃에게 선물받은 패션후르츠로 만든 과일청이다. 패션후르츠는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과일인데 탄산수에 타 먹어보고 깜짝 놀랐다. 자몽의 개운함과 상큼함만 남기고 쓴맛을 모두 제거한 것 같은 맛? 세숟갈을 탄산수에 넣어 먹으면 제 아무리 느끼한 냉동 피자도 한판은 거뜬히 먹을 수 있는 상큼함이다. 원래 과일청도 탄산수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거는 겨울내내 타 마시려고 두박스나 주문함.

     

    종종 자기자신이 지겹고 싫을 때가 있는데 요즘 나는 너무나 감정적인 나 자신이 지긋지긋하고 싫다. 감정은 보잘것 없는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양념이지만 가끔 지나친 감정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것 같아 두려울 때가 있다.

    감정을 빼고 기분을 제한 뒤 건조한 마음으로 해야할 일을 하고 옳은 선택을 하고 싶다. 당장 눈 앞에 닥친 상황만을 보고 걸어가고 싶다. 스스로의 감정에 취해 두려움에 빠지고 미래를 망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 누구보다도 나자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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