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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꽤 오랫동안 심각한 수준의 니코틴 중독자였다. 담배는 시도때도 없이 닥치는 불안이나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었다. 세상에 담배 자체가 좋아서 피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냥 담배 향이 좋다던가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쓴다거나 친구들이 다 피우니까 따라서 피우는 사람 말고 진짜 중독자들 중에서 말이다.
작품 속 셋째가 도박중독에 빠진 건 어린시절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환경이 마음 속에 너무 큰 상처로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노력하고 여유로워져서 가족을 돕고 싶었고 실제로 그렇게 했을 것이다. 중독이 되기 전까지는...
중독자에게 중독대상에 빠져선 안된다고 하는 건 물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사람에게 그럴 땐 수영을 해서 나오면 돼!라고 알려주는 것과 같다. 수영을 할 줄 알았으면 진작에 스스로 헤엄쳐서 나왔겠지. 몇시간째 혼자서 허우적대고 있겠냐고..
베트남전까지만 해도 전쟁터의 군인들은 부상의 고통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메스암페타민을 일상적으로 복용했다고한다. 전쟁이 끝나면 귀향하는 대량의 마약 중독자들 때문에 커다란 사회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언론과 학자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들은 늘 그리워하던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품으로 돌아갔고 두번다시 마약을 찾는 일은 없었다.
중독자에게 가장 근본적인 치료는 중독대상보다 더 유익하고 좋은 것을 마련하여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당시 나에게 담배를 끊으라며 눈흘기고 잔소리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넘쳐났지만 나의 불안이나 두려움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2. 살다보면 정말 크고작은 다양한 종류의 불행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건 스스로의 힘으로는 바꾸거나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닥치면 그대로 당하는 수 밖에는.
이 작품을 보며 정말로 묘하게 위로가 됐던 것은... 작가분처럼 현명하고 헌신적이며 이성적이고 냉철한 사람 조차도 갑자기 닥치는 불행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불행이 지나간 후에도 거기에 현명하지 대처하지 못한 것처럼 느껴지는 자기혐오가 발목을 잡아 너무 오래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저렇게 했더라면 덜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등등... 쓸모도 없고 되씹은들 아무런 유익이 없는 생각들에 사로잡혀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보면서 그런 생각들로 부터 조금 자유로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지극히 개인적인 가정사를 작품으로 남겨주신 작가님께 매우 감사했다. 스스로의 이야기를 털어놓는건 정말로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우리가 겪었던 과거의 불행이나 고통, 나약함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건 바로 "나도 그랬어"라는 한마디로 부터 시작 될 것이다.
나도 그런 비슷한 일을 겪었고, 정말로 너무 고통스러웠고, 하지만 어떻게든 견뎌서 살아남았어.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모든 불행은 언젠가 반드시 끝나게 되어있더라. 그러니 당신도 충분히 살 수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Journ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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