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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거리 교제의 슬픔Journal 2022. 6. 13. 15:19
하와이에서 같이 묵기로 약속한 가족과 다름없는 친구가 있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이번에 하와이에 못가게 되어서 친구를 혼자 보내게 되었다. 어제 진짜 오랜만에 비행기표는 잘 끊었느냐고 연락을 해봤는데...
자기 역시 도저히 갈 수 없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삼십년 넘게 입원중인 어머니 상태가 갑자기 위독해지셔서 며칠 전부터 급하게 고향에 와 있다고 했다. 어머니를 돌보며 장례절차 준비로 정신이 없는 상태라고...
통화를 하면서 정말 놀라웠던 점은 친구는 비통한 상태나 패닉상태가 아니라 놀랍게도 너무나 차분한 상태였고 오히려 기쁨에 넘쳐 여러가지 일에 감사를 하고 있었다.
1. 직장에서 원하는 만큼 쉴 수 있게 배려해 준 점.
친구는 몇년전 아버지의 치매 발병으로 노인홈에 입소 절차를 밟고 집 정리를 하기 위해 도쿄와 고향을 자주 왕복해야했는데 그 전 직장에서는 유급휴가를 쓰려고 해도 업무 일정이 이러이러하니 며칠까지는 꼭 돌아와야한다는 압박이 심했다고 한다.
이번에 새로 옮긴 직장에서는 사정을 듣고 원하는 만큼 일을 쉴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줘서 정말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다.
2. 시설의 상주 의사가 자기와 같은 크리스천이라 너무나 반가웠다고 했다.
3. 백신을 맞지 못해서 오랫동안 예배에 참가를 안했는데 이번 일요일에 시설 바로 근처의 교회에 가서 몇년만에 예배를 드릴 수 있었던 점이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했다.
4. 보통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은 노인홈에서 면회를 안시켜준다. 특히 도쿄에서 온 사람은 백신을 맞았더라도 보통 접수처에 물건을 전달하는 것 이외에는 할 수가 없다.
자기는 백신도 맞지 않았는데 시설의 배려로 넓은 독방에서 어머니와 며칠이고 단 둘이 지낼 수 있게 된 점이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다.
5. 어머니는 오래전부터 연명을 위한 치료를 거부하도록 신신당부 했다고 한다. 너무 오랜시간 병으로 고통받아온 모습이 너무 불쌍하고 안타까웠는데 이번에 편히 가시는 모습을 바로 곁에서 지켜 볼 수 있게 되어서 오히려 감사하다고 했다.
6. 어머니가 아버지를 어느샌가 용서했다는 점.
10년전부터 어머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혼하겠다고 고집을 피웠고 자기와 접촉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매일처럼 아버지의 험담을 해왔는데...
이번에 오니 어머니는 이미 어느샌가 아버지를 완전히 용서한 상태였고 그 점이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다
친구는 오히려 나에게 강아지 다리는 다 나았는지 심장병 상태는 어떤지 물어봐주고 내 걱정을 해줘서... 얘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 어쩔 수 없지 뭐 걱정해줘서 고맙다 야하고 얼버무렸더니...
무슨 소리야 그래도 너에게는 개가 가족이나 다름없는 존재잖아? 많이 걱정하고 있지? 라고 오히려 나에게 위로를 해줬다. 내가 위로를 해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고 말았다 바보처럼...
그냥... 난 남들이 하는 걸 평범하게 하고 싶을 뿐이다. 거창한 위로나 유감의 표시가 아니더라도.
장례식에 참석도 하고 싶고 위로의 말도 전하고 싶고 함께 식사하며 마음이 어떤지 기분이 어떤지 물어보며 시간을 보내고... 그냥 가벼운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만큼만이라도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데 여건상 도저히 그럴 수가 없는 게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 지금 가장 슬퍼야 할 사람은 친구인데 오히려 내가 더 슬퍼하고 있다.'Journ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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