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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5화 스포 있음)
남들이 다 그렇듯 나도 요즘 이 드라마의 재미에 푹 빠져 사는 중이다. 이 드라마의 모든 에피소드가 엄청 나고 훌륭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내 마음을 흔든 건 5화 였다. 그렇다 완결이 난 후에 이것저것 수다를 떨고 싶었지만 5화를 보고나니 가슴이 너무 떨리고 입이 근질근질하여 더이상 잠자코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두 업체가 소송을 벌인다. 우영우가 담당한 의뢰인은 몇년전 외국의 타 업체에서 개발하여 박람회에서 오픈된 기술을 가져다가 국내에서 특허권 신청을 한 주제에 이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술이라 주장하며 같은 기술을 사용하는 경쟁업체 상품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요청한다.
우영우는 처음엔 의뢰인이 주장하는 바가 거짓인지 진실인지 가려내기 위해 갖은 애를 쓰다가, 의뢰인이 능숙하게 거짓 진술을 할 수 있도록 도와버리고 결국 법원으로부터 경쟁업체 상품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낸다.
결국 경쟁업체의 사장은 그 기술이 오픈된 기술이었다는 증거를 찾아내어 간신히 판매금지 처분은 취소되지만...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우영우의 의뢰인은 이미 대부분의 주요 클라이언트로부터 독점계약을 따내는데 성공한 뒤다. 사실 이것이 소송의 핵심목표였다.
그리고 우영우는 경쟁업체 사장으로부터 사무치게 아픈 편지를 받게 된다. 당신은 앞으로 소송에서 이기는 유능한 변호사가 되고자하는지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변호사가 되고자 하는지를 묻는 내용이다.
우영우는 그 편지를 액자에 넣어 사무실 벽에 걸어둔다. 우영우 변호사 인생의 첫 패소이자 첫 과오를 절대로 잊지 않기 위해서.
나는 개인적으로 이 에피소드가 정말로 좋았는데
인격적으로 고결하고 선량하며 털어서 먼지한점 나올 거 같지 않고 트집잡을 흠 하나 보이지 않는 완벽한 주인공이 주변의 비열하고 못난 등장인물들에게 일침 놓으며 사이다를 먹이는 내용의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정말로 좋았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고 따라서 이 세상에 넘어지지 않고 성장하는 인생은 없으며 그게 아무리 쓰고 괴로운 과오일지라도 그마저도 내 인생의 일부분으로 온전히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 실족이 정말로 가차없이 아프게 그려졌기 때문에 더욱 좋았다.
부모들이 자식에게 저지르는 가장 큰 잘못은 자신이 가진 모든 재화와 수단을 동원하여 자녀들이 자신의 결정으로 빚어낸 실수와 과오를 저지르며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바보같은 과거를 부정하고자하는 욕심을 자식에게 투영해서...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자식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식의 인생을 구속한다.
당신은 누구와 친구가 되고 싶은가요? 나는 인생에 이렇다 할 흠이나 오점 하나 없으며 어디 내놔도 뒤처지지 않는 번듯한 조건을 갖추었음에 안도하고 그것을 떳떳하게 여기고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보다는,
비록 오점투성이의 인생을 살았지만 그렇기에 자신이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지 잘 알고, 넘어짐이 얼마나 아프고 괴로운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다른 사람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다.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얼마나 필사적으로 애를 쓰고 발버둥치며 살아가야하는지를 잘 알기에 그런 고단함을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나 자신도 과거에 어리석은 선택을 했던 적이 있고 비슷한 잘못을 했던 적이 있어. 그 실수는 타인은 물론 나 자신에게도 너무 큰 상처를 입혔어. 그래서 네가 지금 얼마나 괴롭고 아픈지 이해할 수 있고 그래서 너를 용서할 수 있다고 기꺼이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싶다. 언제나까지나 그런 사람들의 곁에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