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은혜와 기쁨
    Journal 2023. 1. 5. 09:34

    https://youtu.be/Fo--H_yx2vg


    귀국 마지막날 까지도 은혜가 넘치는 시간이었다.

    내가 묵고 있던 숙소는 나리타에서 1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이었는데 친구가 귀국 전에 한번 더 만나고 싶으니 하루 더 묵으러 와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출국전날 공항까지 2시간이 넘게 걸리는 반대편으로 모든 짐을 이고 지고 이동했다.

    -스튜 먹을래 카레 먹을래?
    -스튜! 크림으로 할지 비프로 할지는 너네 남편한테 정하라고 햐.

    친구 남편의 선택. 먹을 줄 아는 사람 같으니...

    스튜가 두 종류인 것도 황송한데 밥에 갓 구운 빵까지 있음.

    과연 세이코의 딸이로소이다. 비프스튜가 너무 맛나서 한번 더 리필하고 스튜 루도 2개나 사 옴.

    사실 무리해서 출국전날 먼 거리를 이동한 이유는... 내가 만약 결혼을 하면 얘를 다신 못 볼 수도 있겠다 싶어서였다.

    -생각을 해봐. 너는 결혼해서 지척에 있는 온천도 일평생 못 가게 생겼는데 세상 어느 남편이 부인 혼자서 몇 주씩 외국에 다녀오는 걸 허락하겠냐고. 오늘 이게 우리의 마지막 만찬일지도 몰라.
    -그럼 역시 리아짱 결혼 못하게 해달라고 기도할래 뿌앵 ㅠㅠㅠㅜㅜ
    -야.


    기쁨 속에서 수요예배를 드리고 밤 비행기를 타러 나리타로 이동했다. 나는 케이세이 아오토역에만 오면 늘 만감이 교차한다. 결국 이날도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이 땅에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헤어짐에 대한 슬픔, 귀국 후에 대한 걱정, 장래에 대한 염려 등등 온갖가지 감정이 몰려왔지만 결국 공항에 도착해서 기도드리니 모든 불필요한 감정들은 씻은 듯이 사라지고 그저 넘치도록 감사하는 마음만 남았다.


    그리고 공항에서 한국에 도착하기까지도 멋진 일이 있었다.
    지난 주일 일본에 관광을 오신 한국인 집사님께서 우리 교회 일요일 예배에 가족과 함께 참석하시고 바로 나리타로 가서 귀국을 하셨는데... 그분 막내아들이 환승역에서 핸드폰을 분실한 것이다.

    그래서 사흘 후 입국하는 내가 핸드폰을 전해드리기로 했는데, 공항으로 마중을 나오겠다고 하시는 것이다. 밤 11시 도착 예정 비행기라 막차시간이 너무 타이트해서 급히 이동하려면 아무래도 뵙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우리 집까지 차로 데려다주겠다고 하셨다.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그 늦은 시간에 생판 모르는 남자분 차를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은근 마음이 불편했는데

    비행기에서 착한 바보 청년들 셋을 주움.

    첫 비행기에 첫 해외여행. 숙소와 항공편 이외엔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한국에 온 미남 바보들..

    옆자리 청년이 첫 비행에 대흥분해서 창가 사진을 찍고 싶어 하길래 창가에 앉은 내가 대신 사진을 찍어주다가 말을 트게 됐다.

    -그런데 너네 숙소까지 어떻게 가니? 이 시간에 전철도 버스도 없을 텐데.
    -아 진짜요???

    집사님한테 염치없지만 저 태워주시는 김에 얘네들도 우리 집 근처에 내려달라고 부탁드렸더니

    - 사실 저 차가 없어서 필요할 때만 늘 렌트를 하는데 이번엔 늘 빌리던 경차가 다 나가고 없더라구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큰 차를 빌렸는데 아무래도 이분들 태워드리라고 그랬나 보네요.
    -음... 애초에 예수님께서 저를 집에 편하고 안전하게 보내주시려고 아드님 핸드폰을 잃어버리게 하신 듯요.

    진짜로 그렇다. 이제 우리들의 인생엔 우연이 없으니까. 좋은 일도 슬픈 일도,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전부, 나 하나가 아닌 우리 모두의 기쁨을 위한 것이라는 걸 이제야 비로소 믿게 되었다.


    여호와께 감사하라 저는 선하시며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주께서 내게 응답하시고 나의 구원이 되셨으니 내가 주께 감사하리이다
    건축자의 버린 돌이 집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나니
    이는 여호와의 행하신 것이요 우리 눈에 기이한 바로다
    이 날은 여호와의 정하신 것이라 이 날에 우리가 즐거워하고 기뻐하리로다

    시편 118:1,21-24

    'Journ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이스와 행복  (0) 2023.03.13
    그리고 나머지 이야기들  (0) 2023.01.08
    크리스마스 선물  (0) 2023.01.01
    Give Thanks  (0) 2022.12.30
    브레드 메이커와 결혼  (0) 2022.12.23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