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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마스 선물
    Journal 2023. 1. 1. 05:55

    비판치 말라 그리하면 너희가 비판을 받지 않을 것이요 정죄하지 말라 그리하면 너희가 정죄를 받지 않을 것이요 용서하라 그리하면 너희가 용서를 받을 것이요

    누가복음 6:37



    크리스마스 예배를 무사히 치르고 난 다음날 전화가 왔다. 개가 다리를 다쳤단다. 개를 맡긴 친구가 훈련을 시키려다가 그렇게 된건데 오른발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다쳤다고 했다.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서열 훈련을 이제와서? 11살인데? 서열을 모를 나이도 아니고, 이번에 여기 오는 일 때문에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개가 무사히 잘 지낼 수 있도록 기도해주십사 부탁했는데 그 결과가 이거라고?

    검진결과 십자인대 단열 진단이 나왔고 그 끔찍한 수술을 또 받아야한다는 결론. 슬개골보다 더 어려운 수술이고 난 정말이지 그 짓을 다시 반복할 자신이 없었다.

    개를 다치게 한 친구는 온종일 그야말로 면목이 없어 어쩔 줄 몰라했다. 내가 화를 내지 않고 눈물만 뽑고 있으니 더 미안해했다. 사실 내 성격대로라면 진작에 분내고 책망을 했어야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혀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생각해야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렇게 기도를 했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눈물이 멈추지 않고 가슴이 무너질 것 같아도 생각 해야했다.
    길가다가 건강하게 걷는 개를 마주치기만 해도 눈물이 터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나는 생각해야했다.

    눈물로 온종일을 보내다 머릿 속에 한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가을의 어느날 매일 찾는 동네 공원에서 야외 음악회가 열렸다. 타이틀이 생명 존중 음악회였는데 낙태를 반대하는 기독단체의 주최로 열린 음악회였다. 절대로 낙태하지 맙시다란 메세지를 전하는 목적의 음악회였던 것.

    애는 뭐 혼자 만드나? 왜 여자한테만 난리야?
    세상에 낙태가 살인인 걸 모르는 사람도 있나? 그걸 몰라서 낙태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남자가 임신하는 세상이었으면 저것들 절대로 저 지랄 못한다.

    대체 죄를 짓지 맙시다 라고 말하기는 얼마나 쉬운가. 그러나 죄를 지은 사람을 완전히 용서해주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죄의 결과를 사랑으로 수습해주고, 두번 다시 같은 죄를 짓지 않도록 전력으로 도와주는 게 예수님이 말하는 좁은길 일진데. 죄짓지 말라고 말로 때우는 이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위선자들이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나질 않았고, 그때 같이 있던 친구와도 한참동안 그런 이야길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음악회의 관계자 차량이 우리 개 바로 옆을 씽하고 지나갔다. 차량 출입이 금지된 공원 내에서 말이다.

    생명 존중 하고 싶으면 여자한테 낙태하지 말라고 지랄하기 전에 안전 운전이나 좀 해라 이 위선자들아.

    난 크게 분노했고 이 사실을 바로 경찰에 신고했으며 경찰 출동을 기다리는 사이 큰 비가 내려 음악회는 곧바로 중지되었다.


    나 정말 오늘 하루종일 생각했어요. 대체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게 알고 싶어서 온종일 울면서 기도했어요.

    우리가 같이 공원에서 본 위선자들 기억나요? 그때 위선자의 길은 얼마나 쉬운가에 대해 이야기하며 같이 엄청나게 분노했죠.

    당신 마음 속에 아직도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 있는 것 알아요. 나 같아도 용서 못할 거에요.
    당신은 평생을 차별 받으며 살아왔고, 조국에 와서도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했고.용서하지 못할 사람이 나보다 몇배는 더 많을테지만 그게 절대로 당신탓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이 당신을 얼마나 괴롭혀왔고 지금도 괴롭히고 있는지를 보고 있으면, 그래도 용서해야한다는 말을 도저히 할 수 없어서 속으로 삼키기만 했어요.
    당신에게 우리가 공원에서 만난 위선자들처럼 되느니 차라리 죽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오늘밤 당신에게 꼭 말하고 싶습니다.

    개는 당신을 용서할거에요.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건 인간 뿐이니까.
    그리고 나도 이미 당신을 용서했어요.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은 스스로를 책망하는 길로 인도하고 결국에는 당신을 십자가로 부터 멀어지게 만들겁니다. 자책하는 마음을 꼭 쥐고 있으면 주님이 부어주시려고 하는 은혜를 절대로 받을 수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그사람을 정말로 용서하기 어려울거라고 생각해요. 이건 당연히 자기 혼자 힘으로는 못하는 일이에요. 지금 당장 그 사람을 용서해야 한다고도 안해요.

    그냥 제발, 용서할 수 있는 힘을 주시도록 같이 간구합시다. 그래서 마음 속 상처를 멀리 날려보내고 더 자유로워집시다. 완전히 해방되어서 지금 부어주시려고 하는 은혜를 넘치도록 받읍시다. 물론 나도 같이 기도할게요.

    강아지는 괜찮을거에요. 당신의 해방을 위해 쓰임 받았으니 별일 없이 낫도록 주님이 반드시 지켜주실겁니다.

    죄 없는 존재가 고통 받는 것은 물론 너무 가슴이 아프죠. 예수님이 고통받는 것을 지켜보신 하나님도 이런 마음이셨을 거에요.

    이 사건은 마치 십자가 사건 같지 않나요. 너무 가슴 아픈 일이지만, 오히려 당신이 예수님한테 넘치도록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서 슬프면서도 무척 기뻤습니다. 모순되는 말이지만 정말 그랬어요.

    예수님은 부자들이 아니라 소외받고 고통받는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시기 위해 이 세상에 내려오셨다는 것을 다시금 온 마음으로 느낄 수 있어서, 이 사건은 나에겐 너무 행복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네요. 좀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오직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위하여 화목제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니라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
    어느 때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만일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그의 사랑이 우리 안에 온전히 이루느니라

    요한1서 4: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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