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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이스와 행복
    Journal 2023. 3. 13. 17:00

    내가 10년 넘게 키우고 있는 개는 원래 조카의 생일선물이었다. 거지같은 혈육이 아들을 펫샵에 데리고 가서 이중에 제일 네 맘에 드는 개를 직접 골라보라고 시킨 후 거액을 지불하고 데려온 것이다.

    개는 조카가 고학년이 되자마자 방치 상태가 되었고 때마침 서울에 돌아온 내가 잠시 맡아 돌봐주다가 산책이라도 매일 시키고 싶어서 데리고 있겠다 자청했다.

    개는 몇년 전 슬개골 수술을 받았고 심장병도 있어 오래살지 못할 것이다. 둘 다 펫샵에서 분양하는 소형견들이 90퍼센트 이상 가지고 있는 유전병이다. 인간이 작은 개를 선호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사이즈를 작게 번식시키다 생겨난 병이다.

    옛날에 프로듀스101 보면서 좀 소름끼쳤던게, 남자들이 호스테스 있는 가게들 가면 여자 여러명 줄세워놓고 그중에 젤 맘에 드는 여성을 고르게 하잖아. 그 생각이 나서 역겨웠다. 네가 아무리 기를 쓰고 용을 써봐야 나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결국 넌 아무것도 아니야.

    나이 먹을만큼 먹고나서 고민하게 되는 결혼에 대한 문제도 결국은 많고 많는 사람중에 나의 삶에 제일 거슬리지 않을 것 같은 존재를 고르고 고르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고나니 정말 모든 의욕이 사라졌다. 난 누군가의 인생에서 거슬리지 않는 존재가 될 자신이 없다.

    목숨이 붙어있는 여럿 중에서 제일 맘에 드는 것을 고를 수 있는 입장을 갈망하고 그걸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얼마든지 있을테지만 적어도 그게 나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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