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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번째 귀국과 계시
    Journal 2023. 5. 21. 00:51


    귀국날 아침, 짐정리를 마치고 내 친구가 만들어 준 종이꽃을 본다. 어머니의 날에 만든 꽃을 보고 참 잘 만들었다고 칭찬해주었더니 내것도 만들어준 것이다. 이 꽃을 보며 난생 처음으로 드는 생각. 나도 언젠가는 이런 애를 낳고 싶다.

    출발 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산책을 하려고 이어폰을 찾아 식당에서 방으로 올라갔다. 아무리 뒤져도 없길래 식당으로 다시 내려왔더니 이어폰이 있는 장소가 불현듯 생각 나 다시 방으로... 겨우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이게 마지막 두번째일 줄 알았지.

    교회 사모님이 역까지 차로 배웅해주시기로 했다. 차가 출발한 후 곧 여권이 든 가방을 현관에 놓고 온 걸 깨닫고 다시 교회로 돌아갔다.

    -사모님도 보셨죠? 지난 번에 일본 와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 상태에요.

    체크인 카운터 마감 10분 전에 공항에 도착해서 3터미널까지 캐리어 2개 끌고 달려달려... 겨우 마감 직전에 발권할 수 있었다.

    그러고 비행기를 탔는데 내 옆 자리 창가쪽에 앉을 사람이 올 생각을 안한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탑승한 옆자리 분은 대학생처럼 보이는 서양 여자분이었는데 소프트 캐리어가 너무 뚱뚱해서 케빈에 들어가질 않았다. 캐리어에서 상당량의 옷가지와 노트북을 뺀 후에야 겨우 케빈에 넣을 수 있었다.

    당신도 두번째네요.

    넘치는 짐들을 에코백에 구겨넣느라 허둥지둥대는 그녀에게 마트에서 사둔 5엔짜리 비닐봉지를 건넸더니 무척 고마워했다.

    이륙 하자마자 화장실에 가고 싶었는데 통로쪽에 앉은 할아버지가 너무 달게 주무신다. 오래 고민하다가 할아버지를 깨우고 스미마셍 연발하며 겨우 통로쪽으로 나갔더니, 승무원이 지금 기체가 너무 흔들려서 자리에 앉으셔야한다며 저지를.

    예수님! 지금 주시는 이 상황들이 엄청난 은혜인 건 알겠는데 지금은 제가 급해도 너무 급하다고요!!! ㅠㅠ

    기체가 안정된 후 결국 화장실에 갈 수 있었고, 볼일을 마치고 나오려고 할 때, 다시금 격하게 흔들리는 기체를 느끼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확실한 계시라면, 우리들은 결혼을 할 수 밖에 없겠구나.

    작년 크리스마스 예배 후에, 저 사람이 만약 제 남편이라면 식사시간에 옆자리에 앉게 해주세요 라고 기도했거든. 그런데 한칸 떨어져 앉길래, 사실 속으로 엄청 안심함.

    그런데 사흘 후 수요 예배 때는 예배시간에도, 예배 후 식사하러 들린 식당에서도, 식당까지 이동하느라 탄 자동차에서도, 돌아온 후 대청소 때도, 청소가 끝난 후 차를 마실 때도, 심지어 모든 일정이 끝나 숙소로 돌아갈 때 마저도 단 둘이 전철을 타게 되어 설마설마했었지.

    상대방은 아직 아무런 계시도 받지 못한 것 같아 어쩐지 분통이 터지지만, 뭐 괜찮다. 두번째엔 그애에게도 인간으로서는 결코 부정할 수 없는 계시를 주실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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